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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반려동물 가정분양 3월부터 안된다
박문주 2017-12-07 조회 6991

동물보호법 개정안 내년 3월 시행… 공동주택 소규모 생산 불법 규정





가정집을 활용한 캐터리 시설의 내부 모습. / 신우찬 제공이미지 크게 보기

             가정집을 활용한 캐터리 시설의 내부 모습. / 신우찬 제공            
           
“여러분 동물보호법 개정안 보셨어요? 반려동물 키울 계획 있는 분들은 내년 3월 전에 얼른 입양하셔야 합니다.”

최근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내년 3월로 예정된 동물보호법 개정안 시행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하나둘씩 올라오고 있다.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입양했던 개인들이 의도치 않게 범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기된 고양이들을 키우는 김수진씨(가명)는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비교적 양심적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브리더(반려동물의 품종관리를 하는 소규모 사육자)들이 어려워지게 됐다. 개인이 새끼고양이를 분양하려고 해도 지자체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헷갈린다. 그런데 유명한 고양이 커뮤니티를 다녀봐도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단체들은 현재 입법예고된 동물보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그대로 명문화되면 단독주택에서 개나 고양이 등을 키우는 반려인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1월 1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맞춰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지난 3월이다.

시행규칙 개정안은 단독주택에서의 소규모 생산만을 인정하고 있다. 그 외에는 일반생산과 똑같은 기준을 지켜야 동물생산업을 할 수 있다. 일반생산 허가기준이 높은 데다가,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고 동물생산업을 할 경우 벌금이 기존의 5배인 500만원이다. 법 시행일이 다가옴에 따라 소규모 반려인들은 단독주택으로 이사해야 할지, 오랫동안 정든 반려동물을 떠나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게 반려동물 단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캐터리(Cattery)처럼 주거시설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규모 시설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선희 국제고양이협회(TICA) 캣쇼 국제심사위원은 캐터리에 대해 반려묘를 생산·판매할 뿐만 아니라 특정 품종을 보존하고 고양이의 건강과 특성을 연구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TICA 등 국제단체의 인증을 받은 캐터리가 국내에만 1000개 가까이 있으며, 국제단체로부터 인증을 받으려면 수의사로부터 수십 가지 항목에 이르는 까다로운 심사를 받기 때문에 훨씬 윤리적인 방식으로 고양이를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이 위원은 “한국에서는 반려동물을 대량으로 생산해서 중개업자를 통해 구입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유럽 등 반려동물 선진국에서는 소규모 시설에서 직접 생산자와 구매자가 대면하는 게 일반적이다”라며 “좋은 취지의 개정안이 결과적으로 소규모 반려인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려견도 캐터리에서처럼 품종을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정태균 한국애견연맹 부장은 “이번에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브리더들을 조사해 보니, 7000명 정도가 애견연맹에 등록돼 있다. 대부분은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 소규모로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실제로는 반려견이 길가에 많이 보이는 데 있는데 지자체가 신고를 받아주지 않아서 동물 생산업체가 하나도 없는 기초단체도 있다”며 “신고제에서도 지자체에서 까다롭게 굴어 등록이 어려웠는데, 허가제 하에서 소규모 반려인들이 동물생산업 허가를 쉽게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물론 국회가 가정에서 소규모로 반려동물을 기르고 분양하는 이들을 범법자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법을 개정한 건 아니다. 국회는 ‘강아지 공장’으로 상징되는 반려동물에 대한 비위생적인 공장식 사육에 규제를 가하고, 동물 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을 개정했다. 그동안 신고제로 운영됐던 동물생산업은 허가제로 전환된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며, 도박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동물 학대의 범위도 확장시켰다.

반려동물단체 관계자들도 동물보호법 개정의 방향에는 동감했다. 소규모 생산과 일반생산을 구별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서도 취지는 좋다는 평가가 많다. 일반생산의 경우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가축사육시설(축사)을 지어야 하며, 영업장은 주거 등 다른 용도의 시설과 다른 건물에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소규모 생산(체중 15kg 이상의 반려동물 5마리 이하 등 세 가지 기준)의 경우 종전대로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워도 문제가 없다.

반려동물단체 관계자들은 그동안 가정에서 소규모로 반려동물을 키우던 반려인들이 사실상 법 규제 바깥에 있었다고 말했다. 신우찬 한국벵갈고양이협회 회장은 “그동안 개인이 지자체에 신고하지 않고 소규모로 생산과 분양을 해도 별 제재가 없었다. 생산자들이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지자체에서 소규모 생산·분양 규모를 알 길도 없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많은 반려인들과 캐터리 등 소규모 시설에서 그동안 양심적으로 반려동물을 분양해 왔지만, 이윤추구를 주목적으로 반려묘를 거래해온 이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소규모 생산이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면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이들에겐 세금을 제대로 걷을 수 있고, 유기묘나 유기견이 발생하는 것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신우찬 회장은 12월 26일까지 의견수렴기간이 남은 만큼 공동주택에서도 반려동물을 분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동물보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확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캐터리의 60% 이상이 아파트와 공동주택에 있다. 반려동물 선진국인 일본에서도 이웃의 동의만 얻는다면 공동주택에서도 키울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며 “법 시행일이 다가오자 범법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도시 외곽에 축사를 마련하거나 원래 살던 집(공동주택)을 팔고 단독주택으로 이사 가는 사례도 하나둘씩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정작 반려동물 단체가 원한 제도는 빠진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동물등록제다. 이선희 심사위원은 “동물 보호를 위해서도 동물등록제가 전면 시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등록제는 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체내에 이식된 마이크로칩을 통해 쉽게 찾도록 하자는 취지로 2014년 1월부터 시행됐다. 등록대상 동물을 등록하지 않은 사람에겐 4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3개월 이상의 반려견만 등록 대상이며, 동물 생산자가 아니라 소유주가 자비를 내서 등록해야 한다. 반려동물단체 관계자들은 동물등록제가 사실상 강제성이 없는 제도였다고 말했다.

이선희 위원은 생산단계부터 국가가 관리하는 의무등록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반려동물들이 어디서 태어났고 어떤 주인들을 거쳤는지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에 만연한 유기묘, 유기견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마이크로칩에 동물의 건강정보가 등록된다면 예방접종은 제대로 맞았는지, 질병치료는 제대로 했는지, 구매자에게 오기까지 동물보호법에 나온대로 생산자가 제대로 동물을 보살폈는지, 과다하게 임신과 출산을 시킨 것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태균 부장은 내년 3월부터는 개인 간의 반려동물 거래도 법 테두리에 들어오는 만큼, 최대한 정해진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림부가 입법예고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려동물 매매계약서가 있다. 개인적으로 분양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농림부가 제시한 매매계약서를 토대로 해야 의도치 않게 법을 위반하고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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